획일적 평가에 갇힌 교육 벗어나
관찰 통해 학생의 재능 끌어내는
선진국 걸맞은 교육시스템 필요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지난 7월2일,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1964년 설립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어느 책 제목처럼 눈 떠보니 선진국에 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마 정보에 눈이 어두운 우리 부모님의 경우는 지금도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이라고 여기고 계실 것이다.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선진국에 살고 있다니, 이를 피부로 실감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그것은 바로 여유라고 본다. 25여 년 전, 인도를 여행했을 때 우스갯소리로 어느 인도인이 외모만 보면 일본, 중국, 한국 중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데, 단 하나의 단어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했다. 그 단어가 ‘빨리빨리’이다. 식당에서도 ‘빨리빨리’, 쇼핑할 때도 ‘빨리빨리’ 계산하라고 한 번쯤 말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종업원이 먼저 나를 보고 ‘빨리빨리’를 어설프게 말한 뒤 나의 표정을 보더니 ‘아 코리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처럼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던 것 같다. 그 당시 유럽인들을 보면 느긋해보였다. 식당에서 주문한 것이 늦게 나와도 여유롭게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거나 대화하는 모습에서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몇 년 전, 도쿄에서 출근 시간 때 지하철을 타려고 나왔다가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빠른 속도를 뚫지 못해 몇 분간 그 자리에서 서 있었던 적이 있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나 자신도 군중 속으로 휩쓸려 떠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교육시스템도 이러하다고 본다. 비록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기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짧아 다행이었지만, 교육시스템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입학까지 기나긴 세월을 지하철역에 내몰린 것이라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점수라는 틀에 갇혀, 평균이라는 기준으로 평균이하, 평균이상 상위 몇 프로라는 구획으로 내던져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왜’ 라는 질문과 ‘무엇을’이라는 질문은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교육현장에서는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훈련 위주의 교육이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사고력이나 창의력보다는 기능위주의 목표중심 교육이다. 정해진 정답을 맞히는 데는 시간이 덜 든다. 그만큼 빠른 속도전으로 한 방향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반면에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왜’ ‘무엇을’, 이 질문으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를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다. 스스로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찾게 되는 과정이 더 중요시 된다. 그리고 획일적인 사고가 아니라, 평균이라는 틀이 아니라 개개인의 다양성을 옆으로 퍼지게 하는 확산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 이것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왜’ ‘무엇을’,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느리게 가도 초조하지 않을 용기 말이다. 자신의 속도에 믿음을 가질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관찰에서 나온다고 여긴다. 교과서에 쓰인 지식위주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관찰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목표의 결과만을 생각하게 되면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을 놓치게 된다. 왜냐하면 마음은 이미 현재에 있지 않고 미래라는 목표에 머무르기 때문이며, 성공의 여부는 결과에 달려있다는 오래된 우리의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졸업생이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경험을 들려준 적이 있다. 분명 육아책에서는 개월 수에 따라 이런 저런 움직임을 해야 하는데 아이가 거기에 못 맞추니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생기고 불안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책을 버리고 대신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안정되었다고 하였다.

우리 교육도 이래야 한다고 여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학생 한명 한명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획일적인 지식을 주입하고 획일적인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장단점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토대로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다. 교육문화부터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하나씩 바꿔가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명이 되었으면 한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